옛돌문화 수집 40년
企業報國의 소명감
천신일 이사장, 우리옛돌박물관 개관
학술연구지원, 창조적
문화융합 소망
▲ 우리옛돌박물관의 야외정원에 있는 '돌의정원'. <사진=우리옛돌박물관> |
옛 돌문화에 유별난 관심을 보여 온 기업인의 열정이 ‘우리옛돌박물관’(Korean Stone Art Museum)으로 탄생했다. (재)우리옛돌문화재단이 지난해 11월 11일, 서울 성북동 언덕에 박물관을 개관, 문화재 애호가들뿐만 아니라 일반 관람객들에게 돌문화 탐방길이 되어 있다.
‘기업보국’ 소명감으로 돌문화 수집
성북구 대사관로 13길 66번지 박물관 터는 북악산과 옛 한양도성 사이 자연경관의 요지로 우리조상들이 빚은 각종 옛돌조각과 불교 조각품들이
넓은 공간의 조화를 이룬다.
박물관은 환수유물관, 동자관, 벅수관, 자수관, 기획전시관 및 야외 전시장으로
구성됐다.
(재)우리옛돌문화재단에서는 개관기념으로 176페이지의 도록(圖錄)을 제작하여 관람용 교재로 판매한다. 이 도록 속에 △돌로 빚은
세계 △바다를 건너온 돌사람 △기원의 언덕 △한국인의 얼굴… 희로애락 △어머니의 정성… 한땀 한땀 △추상·구상·사이 및 부록 자료가
나온다.
우리옛돌문화재단 천신일(千信一) 이사장은 ㈜세중(世中) 창업인으로 석조(石造)유물수립 40여년 만에 성북동 박물관 개관을 오랜
숙원사업의 성취라고 자부한다. 천 이사장은 옛돌문화를 수집하고 보관해 오다가 박물관을 개관한 것은 ‘기업보국’(企業報國)의 소명감이라고 밝히고
많은 전문가들과 일반 관람객들이 우리 옛돌문화에 대한 높은 평가가 너무나 흡족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창조적 문화융합 박물관 위상
▲ 자수관의 '어머니의 정성, 한땀 한땀 사랑을 짓다'. <사진=우리옛돌박물관> |
천 이사장은 지난 1979년부터 석조유물 수집에 착수한지 20년 만인 지난 2000년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에 ‘세중(世中)옛돌 박물관’을
개관한 바 있다.
이로부터 수집 유물들을 대학박물관이나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도 하고 일본으로 유출된 돌문화의 환수에도 적극 참여했다. 특히
지난 2001년, 일본인 쿠사카 마모루 씨가 우리의 옛돌화를 많이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 꾸준히 설득하여 문인석, 장군석, 동자석 등
70점을 환수해 오는데 성공했다.
또 박물관 전시와 함께 창작미술 및 창작사진 공모전을 개최하여 신진 문화예술인의 발굴 지원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 문화재단이 수집한 돌문화 가운데 이화여대 박물관에 연자방아 2점, 문인석 14점, 동자석 6점 등을 기증했고
국립민속박물관에도 문인석 16점, 동자석 4점, 벅수 4점을 기증했다. 지난 2002년에는 스미소니언 국립 자연박물관 한국 갤러리에 문인석
2점을 영구대여 형식으로 기증하고 2007년에는 일본 와세다대학에 문인석 4점, 동자석 2점, 벅수 2점을 영구대여 했다.
또한
이천시립박물관과 최순우 전 국립박물관장 생가 복원을 위해 문인석과 벅수 등을 기증했고 파주 헤이리예술마을에도 문인석을 기증했다.
천 이사장은 우리의 옛 돌조각들은 민족의 염원과 역사의 숨결이라고 해석하고 박물관 개관이후 옛 조상들의 수복강녕(壽福康寧)과 희로애락(喜怒哀樂)이 깃든 옛 돌조각, 전통자수, 근현대미술 등에 관심 있는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천 이사장은 성북동 박물관이 문화예술계의 열린 공간으로 학술조사 및 연구활동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창조적 문화융합 박물관의 위상을 확립하겠다고 다짐했다.
장군석·문인석 등 능묘 수호신상
▲ 전시관 '동자관'의 모습. <사진=우리옛돌박물관> |
개관기념 도록을 통해 장군석(將軍石), 문인석(文人石) 등 옛 석공들이 빚은 돌문화를 만나 감상할 수 있다.
장군석은 이름 그대로 옛
능묘를 지키는 수호신의 위상이다. 귀인들의 무덤을 지키는 월연석(月蓮石)에는 귀면(鬼面), 거북이, 봉황, 포도·연꽃문양 조각이 선명하게
보인다. 또 장명등(長明燈)은 묘를 밝히는 등불, 각종 돌짐승을 조각한 석수(石獸)는 양·호랑이·말 등이 저승길을 안내하는 형상이다.
고려
공민왕비 노국공주(魯國公主) 석탑은 애처로운 측면이 비쳐지는 느낌이다. 종묘와 궐문 앞에 세워졌던 하마비(下馬碑)는 벼슬이 아무리 높아도 말에서
내려 걸어야 한다는 지엄한 권위의 상징이다.
높은이의 무덤 앞 금관조복(金冠朝服)의 문인석은 장군석과는 대조되는 표정이다.
마을안녕, 풍년기원 민속신앙 상징
석불상에는 약사여래(藥師如來) 입상, 부처님 머리 불두(佛頭), 석가모니가 열반하는 모습을 조각한 와불(臥佛) 등이 돋보인다. 3층 석탑과
석등도 잘 보호·전시되어 있다.
민간 신앙세계의 돌 문화로는 동물신, 도깨비신 모습으로 모두가 수복강녕을 기원하는 염원이 깃들어 있다고
해석된다. 또 남성 우월시대를 증언하는 남근석(男根石),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돌 솟대 등은 모두 민속신앙의 상징들이다. 용무늬가
선명한 ‘기우제단’(祈雨祭壇)은 오랜 가뭄에 비를 내려달라고 호소하는 애절한 민생을 회상케 한다.
실과바늘로 부귀다남·자손창성 염원
옛 여인들의 섬세한 숨결이 담긴 자수는 각종 장신구에서 의례용품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특히 강원도 자수 보자기가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조각 보자기, 기러기 보자기 등 무늬가 너무나 아름답다.
바느질 용품으로 바늘집, 골무 등이 어머니의 솜씨를 되살려주고
밥상용 주발보, 버선본 주머니, 수저 주머니 등 섬세한 자수는 얼마나 많은 정성이 쏟아졌을까를 짐작케 해준다. 또 자수 베개에도 모란과 연꽃,
십장생(十長生) 무늬가 한땀 한땀으로 그려졌다.
이들 자수에도 수복강녕과 부귀다남(富貴多男), 자손창성(子孫昌盛) 등 옛 어머니들의 간곡한
염원이 새겨져 있다.
민족문화 정체성 초석 다지다
우리옛돌박물관 개관에 대해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옛 돌사람들은 제각기 특징 있는 미소로 우리에게 옛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노라고 표현하고
성북동 박물관 입지가 푸른 숲의 야생화에다 나라꽃 무궁화동산을 갖추고 조선조 여인들의 실과 바늘 문화까지 전시함으로써 훌륭한 공공문화기반 시설을
조성했다고 평가했다.
문화유산국민신탁 김종규 이사장은 천신일 이사장이 옛돌문화 수집·보존에 선구자적 열정을 쏟아 우리의 민족문화 정체성을
세계 속에 우뚝 세우는 초석을 다졌다고 평가했다.
국립민속박물관 권진기 관장은 민속을 계승하는 방안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마침내
비석처럼 굳건해 진다”는 ‘구비전승’(口碑傳承)이란 말이 있지만 돌에 새겨진 옛돌문화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영원히 보존되는 문화자산이라고
예찬했다. 돌에 새기고 조각한 옛문화가 비바람에 고색창연해지지만 그 역사와 문화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창대해 지므로 우리옛돌박물관도 우리의
문화유산 감성과 배움의 무궁함을 기원한다고 축하했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98호 (2016년 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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